Project Description

 

이제 다시는 찍을 수 없는 사진

1990~2006

전시를 시작하는 오늘은 할머니의 49제이다.

할머니의 부음을 듣고 이제 할머니의 사진을 다시 찍지 못하는 것에 가슴 아팠다.

지난날 언제나 카메라 앞에서 끝없이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진을 이제 다시는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학과에 진학해서 2학년 때의 일이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할머니께서는 시골에 혼자 계셨다.
부모님께서 모신다고 해도 한사코 만류하시고는 시골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시었다. 
당신께서는 고향에서 지속되어 온 삶과 자식들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었을 것이다. 
나는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언제나 혼자계시는 할머니가 보고 싶기도하고 안쓰러워 2학년 때 할머니를 주제로 한 촬영을 시작했고 대구에서 진주까지 한 학기를 주말마다 내려갔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머니도 자주 뵙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여기 전시되어 있는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던 1990년의 사진들은 아직 사진을 갓 시작하던 때라 좋은 사진은 아니지만 좋은 사진이라는 것이 결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서만 느낌을 주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숙한 그 사진들에게서 지난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내게 보내준 순수한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어쩌면 죽어가는 것, 그리고 죽은 것을 다시 살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사진 속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나 사진 속 그 모습 그대로 기억하고 추억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더 이상 돌아가신 그분들이 아니라 영원한 내 추억이며 더 이상 사라지지 않을 내 기억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과 아름다운 기억,

이번 사진전이 나의 추억과 기억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기억이길 바란다.